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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바꿔치기하고 적반하장...의사들 '화났다'

약 바꿔치기하고 적반하장...의사들 '화났다'

  • 이석영 기자 lsy@doctorsnews.co.kr
  • 승인 2013.07.16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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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계, 반성은커녕 '주사제도 바꿔치기' 물타기
의사단체 잇따라 성명 "최후까지 발본색원해야"

일러스트 / 윤세호기자 seho3@kma.org

전국의 약 80%에 달하는 약국에서 환자에게 싸구려 약을 조제해주고, 건보공단에는 '비싼 약'을 청구해 이득 챙긴 것으로 강하게 의심되고 있으나, 정작 약계는 반성 대신 의사 흠집 내기로 맞서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최근 심평원은 전국 약국 2만여 곳을 대상으로 의약품 공급내역과 약국 청구내역의 일치여부를 확인한 결과, 무려 1만6300여 곳에서 의약품 공급-청구내역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약국에서 싼약을 조제하고 비싼 약을 청구했다는 의미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의료계는 '의약분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범죄행위'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의사가 처방한 약이 아닌 엉뚱한 약을 환자들이 복용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의료와사회포럼, 민주의사회, 전국의사총연합, 대한의원협회 등 의사 단체들은 연이어 성명과 논평을 통해 약국들의 이 같은 행태를 강력히 규탄하고 보건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도 "의사들이 '약 바꿔치기' 문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단순히 돈의 문제가 아니라 의사가 처방한 약이 환자도, 의사도 모르게 다른 약으로 바뀌었을 개연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국민의 건강이 달린 일이 흐지부지 넘어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누리꾼 고발에는 발빠른 약사회

국내 최대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토론장인 '아고라'에는 지난 11일 '2만 업소 중에 1만6천업소가 불법을 해도 쉬쉬하는 정부'란 글이 올라왔다. 약국의 약 바꿔치기 수법을 비난하고,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에 소극적인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글은 순식간에 퍼져나가 불과 수 시간 만에 수천 건의 조회건수를 기록하는 등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이 글은 하루도 넘기지 못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대한약사회가 다음 측에 해당 글의 삭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인터넷 게시물이 사생활의 침해 또는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포털사가 임의로 삭제 조치할 수 있도록 한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규정을 재빠르게 활용한 것이다. 약사회는 또 약사 회원을 대리로 내세워 해당 게시물을 올린 의사 누리꾼을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신속함도 보여줬다.

언론 플레이로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에도 적극적이다. 의사들이 주사제를 '값싼' 제품으로 바꿔치기해 차액을 챙기고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 당국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인터넷을 통해 퍼뜨리고 있는 것. 이번 기회에 성분명처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약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약사회의 이 같은 태도에 대해 의료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민 앞에 석고대죄를 해도 부족한데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하고, 오히려 의사를 매도해 분위기를 반전시키겠다는 발상이 상식 이하라는 분위기다.

전의총 '심평원 로비설' 제기

의료계가 더욱 분노하는 것은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할 심평원이 수수방관하고 있는 듯 한 입장을 보이는데 있다. 심평원은 지난달 24일 예정된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한 뒤 아직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심평원의 이 같은 태도는 약사회의 대응 방식 변화와 맞물며 '로비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대한약사회는 청구불일치 사건이 불거진 직후 심평원의 서면조사에 응하지 않겠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최근에는 조사기간 축소 및 소액 청구불일치 약국을 조사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으로 대응 전략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전국의사총연합은 "약사회가 심평원의 조사를 지연시키고 처벌을 경감케 하려는 로비의 흔적이 곳곳에서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전의총에 따르면 약사회는 심평원에서 고위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약사들을 이용해 처벌을 경감토록 로비를 하고 있으며, 실제로 심평원 고위직에 근무하다 얼마 전에 퇴임한 모 약사는 공공연하게 '본인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간부로 있으면서 약사들의 처벌을 경감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심평원 고위직 출신 약사는 세미나 등에 참석해 심평원의 조사를 받으면서 피해를 최소한으로 하는 방법에 대해 강연을 하고 있다"면서 "심지어 심평원을 나오면서, 남은 조사를 중지 시켜놓은 상태라는 위험한 발언까지 했다"고 폭로했다.

"마지막 한 명까지 발본색원해야"

의료계는 이번 사안을 끝까지 추적해 불법행위가 있다면 마땅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대한의원협회는 15일 성명을 내어 "싼약 바꿔치기는 중대한 범죄행위이며 국민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뿐 아니라 건강보험재정을 갉아먹는 기생충 같은 행위"라고 강도 높기 비난하고 "마지막 한명까지 모두 발본색원하라"로 촉구했다.

의원협회는 "약계는 스스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면 떳떳하게 증명하면 될 것을,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고 심지어는 의사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끌어들이는 헛발질이나 하고 있어 참으로 한심할 뿐"이라며 "이러 반응을 보면 그동안 약사들이 얼마나 싼약 바꿔치기를 많이 했고 부당이익을 취했는지 짐작이 간다"고 꼬집었다.

의원협회는 약 바꿔치기 행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조제내역서 발행 및 이와 연계된 의약품 바코드 제도, 약제비 공단 직접지급 방안을 주장하고, 이 같은 불법행위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인 의약분업의 폐지 또는 국민조제 선택분업으로 전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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